강원도 소방대원들이 헬멧도 녹아내릴 정도의 뜨거운 불길을 뚫고 3살 아이를 구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9일 강원도소방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17분께 홍천군 홍천읍의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 홍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은 신고를 받고 즉각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실과 베란다 양쪽으로 불꽃과 연기가 분출되는 등 뜨거운 열기 탓에 내부 진입이 어려운 ‘최성기’ 상태였다.
하지만 집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소방대원들은 인명구조 2개팀(4명)과 화재진압 1개팀(2명)으로 나눠 즉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집 안은 이미 연기와 열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구조 1팀에 소속된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소방교는 안방에서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소방대원들은 즉시 아이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밖으로 안고 나와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대에 인계했다.
구조 당시 아이는 스스로 호흡은 하고 있었지만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병원 이송 중에도 계속 경련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응급처치를 맡은 여소연 구급대원은 병원으로 차 안에서도 의식확보를 위해 산소투여와 심전도 검사, 기도 내 흡인 등을 실시했으며 쇼크에 대비해 자동제세동기(AED) 패치 준비 등의 응급처치를 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 아이는 의식을 회복했다.
여소연 대원은 “구급차 안에서 아이의 의식이 돌아와 다행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화재진압과 구조대원 엄호를 맡았던 박동천 소방장은 안전 장구를 착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머리에 썼던 헬멧은 화염에 녹아 검게 그을렸다.
박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당시에는 뜨겁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어 화상을 입은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재는 집 105㎡를 모두 태우고 42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30여 분 만에 진압됐다. 화재 원인은 가스레인지 취급 부주의로 추정되며 소방과 경찰은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다.